씨에스윈드와 삼강엠앤티는 바다 위 풍력발전기를 세우는 데 필요한 타워와 자켓을 제조한다는 점에서 상호 보완적인 관계다. 그래서 지난달 18일 양사가 손을 맞잡았다. 베스타스·오스테드 등 글로벌 업체의 하청에 머무르지 않고, 함께 직접 수주에 뛰어들자며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업무협약(MOU)보다 낮은 단계의 제휴 수순이지만, 각각 타워·자켓 부문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갖춘 만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했다.
두 회사는 닮은 점이 많다. 특히 창업자의 경력이 비슷하다. 한살 차이인 김성권(66) 씨에스윈드 회장과 송무석(65) 삼강엠엔티 회장은 1980년대 중동 근로자로 일했다. 20~30대 시절 중동 모래바람 속에서 배운 영업력을 토대로 철구조물 제조업을 시작한 후 누구도 뛰어들지 않은 해상풍력 시장을 개척했다. 사업분야와 중동 경력이 비슷해 서로 관심을 갖고 있던 차에 지난달 지인의 소개로 우연히 직접 만나게 됐고, 의기투합하게 됐다. 이달 중 김 회장이 경남 고성의 삼강엠앤티 조선소를 방문해 구체적인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중동에서 잔뼈 굵어, 저돌적 CEO
"씨에스윈드는 국내에 공장이 없다. 시장에 있는 곳을 찾아간다는 창업자의 의지에 따라 7개 공장이 모두 해외에 있다. 중견 기업으로선 쉽지 않은 일인데, 김성권 회장은 그만큼 성장을 중시하는 스타일이다. 송무석 삼강엠앤티 회장은 3년 전 STX 고성조선소를 인수했다. 조선업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주변에선 무리한 투자라고 만류했지만, 결국 그 조선소 야드(작업장)를 확보한 게 해상풍력 자켓을 수주하고 턴어라운드한 계기가 됐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의 말이다.
두 CEO의 창업자금이 5억원이라는 점도 공통점이다. 김성권 회장은 중동에서 일할 때 연봉이 1억원을 넘었다. 이 돈을 꼬박꼬박 모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창업 자금으로 썼다. 사우디에서 번 돈은 꼬박꼬박 국내로 송금했다. 김 회장은 '씨에스윈드 30년' 사사를 통해 "(사우디에서) 5년여간 그렇게 하고 나니 꽤 돈이 모였다. 이 무렵 내 나라에서 사업을 일으키고 싶다는 바람이 일었다."고 밝혔다. 10여년 가까운 사우디 생활을 청산하고 돌아온 김 회장은 1989년 중산정공이라는 새로운 사업체를 열었다. 지금 씨에스윈드의 전신이다.
송 회장은 무역업을 하는 형의 사업체에서 안정적인 직장생활이 가능했지만, 44세의 나이였던 1999년 창업했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후육강관(두꺼운 파이프)을 국산화하겠다고 당시 전 재산인 5억6000만원을 투자했다. 글로벌 기업인 오사카특수강을 찾아가 어깨너머로 보고 기계를 설계해 공장을 설립해 지금에 이르렀다.
"중국과 인건비 싸움 안 돼, 기술 갖춰야"
세계풍력에너지협의회(GWEC)는 해상 풍력발전 시장은 올해 6.6GW(기가 와트)에서 2024년까지 해마다 18.6%씩 성장해 2025년엔 20GW, 2030년에는 32GW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타워·자켓은 부가가치가 다소 떨어지는 파트다. 고부가가치인 터빈 제작을 포함한 해상풍력 토털 시스템은 지멘스·GE·베스타스 등 글로벌 업체가 과점하고 있다. 또 타워·자켓 제작은 인건비 비중이 높아 결국 중국 기업과 가격 경쟁력을 벌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현대중공업 등 대기업에서 해상풍력에 뛰어들지 않고 있는 이유다.
김영훈 경남대 조선해양시스템학과 교수는 "단순 용접을 통한 철구조물 제작만으로는 부가가치 창출이 어렵다. 부품 제작과 토털 설비를 할 수 있는 기술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며 "앞으로 해상풍력 분야는 발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정부 지원을 통한 연구·개발(R&D) 투자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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