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19~23일 건보 피부양자 51만6000명에게 자격상실 예정 안내서를 보냈다고 29일 밝혔다.
피부양자는 직장가입자에게 생계를 의지하는 노(老)부모, 미성년자 등으로 재산·소득이 일정 요건 이하여야 한다. 그런데 국세청 자료 등을 통해 올해 재산 변동과 2019년 귀속분 소득 변동을 반영하니 피부양자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된 사람들이 51만명에 이르렀다. 건보공단이 23일 건보 지역가입자의 소득·재산 변동을 반영해 건보료를 조정한 것과 비슷한 작업이다.
피부양자 자격상실 대상자는 2016년 35만1000명, 2017년 39만6000명, 2018년 37만8000명이었다. 하지만 작년엔 45만9000명으로 뛰었고 올해는 50만명까지 넘어섰다. 다만 피부양자 이의신청을 거치면 탈락자가 51만6000명보다 다소 감소한다고 공단은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피부양자 탈락자가 급증한 주된 원인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을 꼽고 있다. 보유 주택 공시가격이 9억원을 초과하면서 연소득 1000만원 이상인 사람은 피부양자 자격을 잃는다. 공시가격이 15억원을 넘으면 소득 관계없이 탈락한다. 서울 아파트 공시가격이 작년과 올해 2년 연속 14%대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집값 상승세가 빨라지자 피부양자 재산 요건을 못 지키는 사람이 급증한 것이다.
물론 피부양자 자격상실 요건엔 △연간 근로·금융·연금소득 3400만원 초과 △과세대상 사업소득 존재 등 소득 요건도 있다. 하지만 은퇴자와 미성년 자녀의 소득이 갑자기 오르는 경우는 드물다. 최근 피부양자 탈락자 급증은 부동산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기존 건보 지역가입자의 11월 건보료가 역대 최대인 8245원 오른 것도 부동산 가격 상승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공시가격 9억원이 기준인 종합부동산세 납부대상자도 올해만 25% 증가했다.
더욱이 피부양자 탈락자 대부분은 소득이 넉넉지 않은 은퇴자이고, 내던 보험료가 증가하는 게 아니라 안내던 걸 내야 한다는 점 등에서 부담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피부양자 자격을 잃은 사람은 내달부터 지역가입자로 건보료를 새로 내야 한다. '공시가격 9억원 초과, 연소득 1000만원 이상' 요건에 걸리는 사람은 월 건보료가 0원에서 최소 23만1400원으로 확 뛴다.
피부양자는 건보료는 한 푼도 안내면서 건보 혜택을 받는다는 점에서 줄여나가긴 해야 한다. 하지만 소득은 미미한데 재산 가격이 올랐다고 기존 혜택을 박탈하거나 건보료를 많이 올리는 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세계에서 재산에까지 건보료를 물리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더구나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은 정부의 정책 실패와 인위적인 공시가격 올리기 정책 등 영향이 크기 때문에 은퇴자 사이에선 "내가 집값을 올린 것도 아닌데 세금·보험료 부담을 늘리냐"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주명룡 대한은퇴자협회 대표는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건보 피부양자 탈락자와 보유세·건보료가 크게 늘었다는 회원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경로로 정부·국회에 호소하고 있지만 전국민 상대 복지 퍼주기에 열중하느라 은퇴자의 목소리는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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