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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팀에 왜 후쿠시마산 강요하나" 도시락 공수, 의외의 日 반응 - 한국일보

대한체육회 '도쿄올림픽, 한국산 식자재 이용' 결정
일부 日 누리꾼 "우리도 잘 안 먹는데 이중잣대 안돼"
평창올림픽 때 일본 식당 마련한 日 꼬집은 이들도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단을 지원하는 대한체육회의 급식지원센터가 20일 선수들에게 전달한 점심 도시락. 우라야스=연합뉴스

"우리도 먹기 불안한데 한국한테 뭐라고 할 수 없는 거 아닌가요?"

대한체육회가 도쿄올림픽 출전 한국 선수들에게 한국산 식자재로 만든 도시락을 제공키로 하자 일본이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일본 국민들도 반한(反韓) 정서를 드러내며 우리 선수들에게 비난을 퍼붓고 있다.

한편에선 의외로 대한체육회 결정이 옳다고 옹호하는 일본 누리꾼도 적지 않다. 불과 3년 전 2018 평창동계올림픽 때 일본도 별도 식당을 차렸다며, 이중잣대를 적용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20일 일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대한체육회의 결정을 비난하는 일본 누리꾼들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대체로 "이럴 거면 일본에 오지 말지. 왜 보이콧을 안 했나", "한국산 식재료의 질이 더 떨어진다", "식중독에 걸리면 그것도 일본 책임이라고 할 건가", "한국이 일본 농부들에게 상처를 줬다" 등 한국을 조롱하는 내용이었다.

일본 언론들도 한국의 결정에 유감을 드러내며 후쿠시마(福島)산 식재료가 안전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대한체육회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이 지역 식자재에 방사능 오염 위험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안전이 확인된 농수산물만 출하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일본 언론들은 "(대한체육회 결정에) 매우 유감이다. 생산자들이 안전 대책과 모니터링을 철저히 하고 있다"는 우치보리 마사오(內堀雅雄) 후쿠시마 지사의 말을 인용했다.

일부 日 누리꾼들 "개인의 자유 아닌가…현실 직시를"

도쿄올림픽에서 대한민국 태극전사들의 영양을 책임질 급식센터가 마련된 헨나 호텔.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선수촌 음식에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일본 후쿠시마산 식자재를 사용하겠다고 밝혀 먹거리 우려가 커진 이번 대회를 앞두고 대한체육회는 선수촌 인근 헨나 호텔을 통째로 빌려 한국 선수단 급식센터를 차렸다. 연합뉴스

그러나 일부 일본 누리꾼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한국을 향해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이를 반박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의 결정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맞섰다.

이들은 "지금 세계 여러 나라가 후쿠시마 식품 수입 금지 조치를 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대만 등이 그렇다. 엄중한 현실을 직시해야만 한다"(d*******), "한국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후쿠시마산 식재료를 먹냐, 먹지 않냐는 개인과 각국의 자유다"(t*************), "그렇다고 한국을 응원할 생각은 없지만, 일본에 온 손님인데 그럴 수도 있지 않나"(h*******)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입장을 옹호하는 누리꾼은 '내로남불'이란 의견도 냈다. 일본인도 후쿠시마산 식재료를 꺼리는데 외국인이라고 다른 기준을 적용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 것이다.

누리꾼들은 "(동일본 대지진이) 10년 이상 지났지만 (후쿠시마산 식품에 대한) 국내 소비도 크게 늘지 않았다"(a*******), "지금도 방사능 오염 피해가 계속되고 있지 않나"(t******), "우리 일본인들도 후쿠시마산 재료는 피하는 상황인데, 후쿠시마산 재료를 먹고 혹시 무슨 일이라도 벌어진다면 평화의 축제인 올림픽에 상처가 된다"(u*******) 등의 반응을 보였다.

3년 전 평창올림픽 때 '선수촌 인근 일본 식당' 소개한 日언론들

2018년 2월 7일 일본 아사히신문이 '골드 식탁에서 일본 대표 선수들을 맞아 평창에 일본 음식 시설'이란 제목으로 보도한 2018 평창동계올림픽 특집 기사. 아사히신문 홈페이지 캡처

일본올림픽위원회가 2018 평창올림픽 때 식중독 등 안전을 이유로 일본 선수들을 위한 별도 식당을 운영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본 언론들은 당시 강원 강릉·평창 선수촌 근처에 일본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인 'G-로드 스테이션'이 설치됐다고 보도하며 응원 열기를 띄웠다.

아사히신문은 2018년 2월 7일 일본 선수들의 식당 시설을 보도하며 "이곳에서는 선수들이 와도 '환영합니다'란 말을 쓰지 않는다. 집에 온 것처럼 편안한 분위기에서 (일본산 식재료를 사용한) 일본 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일본 누리꾼들은 이에 대해 "평창올림픽 때 일본도 자국 선수단을 위한 식당을 만들었다"(d*******), "일본도 국제대회에 일본산 재료를 가져가지 않나. 선수들에게는 자국 음식이 가장 힘이 되지 않겠나"(h*******)라고 의견을 냈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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