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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은 차갑지만 속은 의외로 따뜻? 얼음 아래 화산 품은 명왕성 - 한겨레

땅속서 액체 물질 스며나온 뒤 언 듯
올림픽수영장 40억개 채울 분량 해당
뉴허라이즌스호가 2015년 7월14일 3만545km 거리에서 촬영한 명왕성. 오른쪽 아래 흰색 부분이 스푸트니크평원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뉴허라이즌스호가 2015년 7월14일 3만545km 거리에서 촬영한 명왕성. 오른쪽 아래 흰색 부분이 스푸트니크평원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겉은 얼음 덩어리지만 속은 따스한 액체? 태양계 가장 바깥쪽의 천체 명왕성에 지질학상 비교적 최근까지 활동한 것으로 보이는 얼음화산 증거가 나왔다. 우주탐사선 뉴허라이즌스호가 2015년 7월 명왕성을 근접 통과하면서 보내온 자료들을 분석한 결과다. 얼음화산(Cryovolcano)은 표면 온도가 극히 낮은 천체에서 암모니아, 질소 등 비등점이 낮은 물질이 액체 상태로 지표 밖으로 스며나오는 현상을 말한다. 지구에서는 볼 수 없으며 세레스 왜소행성, 해왕성의 위성 트리톤 등에서 발견된 적이 있다. 미국 사우스웨스트연구소 연구진은 18만㎢에 이르는 스푸트니크평원 남서쪽의 얼음 지형을 분석한 결과, 얼음화산 활동에 의해 땅속에 있던 치약과 같은 성질의 점액물질이 밖으로 스며나온 뒤 얼어붙은 것으로 보인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다. 지구의 얼음은 물이 고체화한 것이지만 명왕성 지표면의 얼음 성분은 주로 질소, 메탄, 물로 이뤄져 있다. 연구진이 분석한 얼음 지형엔 라이트, 피카르라는 이름의 두 산을 비롯해 높이 1~7km, 너비 30~100km에 이르는 크고작은 둔덕들이 산재해 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켈시 싱어 박사는 “이곳의 얼음 지형은 매우 거칠고 울퉁불퉁하다”며 “이런 모습은 태양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파란색이 얼음화산 활동 과정을 표현한 것이다.
파란색이 얼음화산 활동 과정을 표현한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2억년 이내 형성 추정
연구진은 명왕성 특유의 이런 지형이 어떻게 형성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탐사선이 찍은 사진과 성분 분석 데이터, 지형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액체성 얼음 성분이 지하에서 지상으로 스며나와 점차 거대한 산과 둔덕을 형성하는 얼음화산 활동에 의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무엇보다 지형에서 보이는 독특한 물결 모양은 침식으로는 만들어질 수 없다. 연구진은 “두 산은 지구에서 가장 큰 활화산인 하와이 마우나로아만큼 크지만 얼음이 폭발하듯이 빠르게 분출된 것이 아니라 천천히 스며나왔다는 것 외에 다른 가능성은 생각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언덕들이 겹쳐 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화산 활동이 여러차례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진은 특히 이 지역에 충돌구가 보이지 않는 데 주목했다. 이는 화산 활동이 비교적 최근에 일어났다는 걸 뜻하기 때문이다. 싱어 박사는 “얼음화산은 아마도 지금으로부터 2억년 이내에 형성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얼음화산 활동이 지금도 진행중인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연구진 계산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규모의 화산 지형이 만들어지려면 10000㎦ 이상, 올림픽 수영장 40억개를 채울 정도의 물질이 지각을 뚫고 스며나와야 한다. 이는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예상한 것보다 명왕성 내부가 더 활동적이었다는 걸 뜻한다. 물질이 땅을 비집고 밖으로 삐져나오려면 그에 합당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연구진의 해석이 맞다면 명왕성의 땅속에는 최근 시점까지 상당히 온도가 높은 액체 물질이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지구와 달(왼쪽 위)과 명왕성(왼쪽 아래)의 크기 비교. 위키미디어 코먼스
지구와 달(왼쪽 위)과 명왕성(왼쪽 아래)의 크기 비교. 위키미디어 코먼스
땅속 온기를 유지시켜준 것은?
연구진은 그러나 땅속의 열을 유지시켜주는 요소가 무엇인지에 대한 증거는 찾지 못했다. 그렇다고 지하에 바다가 흐르는 얼음세상을 상상하는 것이 터무니 없는 건 아니다. 목성 위성인 유로파와 토성 위성인 엔셀라두스의 땅속에는 바다가 있다. 과학자들은 두 경우엔 모천체인 목성과 토성, 그리고 인근 위성과의 중력 상호작용이 가열 효과를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명왕성에는 이런 중력 기제를 일으킬 만한 천체가 주변에 없다. 미국 산타크루즈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은 명왕성 초기에 다른 천체와 충돌로 열이 발생했을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를 2020년 ‘네이처 지구과학’에 발표한 바 있다. 지구와 같은 암석형 천체인 명왕성은 반지름이 1151km로 달(1738km)보다 작다. 지구와는 반대 방향으로 248년에 한 번씩 태양을 타원궤도로 돈다. 태양과의 거리가 가까울 땐 44억km, 멀 땐 74억km에 이른다. 또 표면 온도는 영하 200도가 넘고 중력은 지구의 6~7%, 대기압은 지구의 10만분의 1 수준이다. 이렇게 극도로 낮은 온도와 낮은 대기압, 낮은 중력 조건 아래서 점액성 물질이 지표면으로 스며나와 만든 광대한 얼음 지형은 명왕성을 태양계에서 매우 독특한 천체로 만들어준다. 브리검영대 재니 레이드보 교수(지질학)는 ‘뉴욕타임스’에 “우주에서 보내온 데이터들은 우리에게 더 좋은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걸 가르쳐준다”고 말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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