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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대출규제 상위 10%, 대주주 양도세 1.5%만 해당"... 또 편가르는 정부 -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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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0.24 06:00

정부, 정당성 설명보다 "부자만 해당하니 괜찮다"는 식
"머릿수 따지지 말고 왜 도입해야 하는지 납득시켜야"

정부가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고 주식 양도소득세 기준 강화와 같은 증세 조치를 도입하면서 "극소수에만 해당되는 정책"이라는 설명을 반복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부유한 사람과 가난한 사람을 정치적으로 편가르기하는 설명으로 정책 도입의 정당성에 대한 설명을 갈음하는 흐름이 이어지는 게 건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주식 대주주 요건을 3억원으로 강화하는 것이 주식 시장에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홍 부총리는 시장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근거로 "(대상자는) 주식투자자의 1.5%만 해당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주식 양도세 과세 기준 강화(15억→10억원) 조치가 시장에 미친 영향이 크지 않았던 점도 근거로 들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번 국감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대주주 요건 3억원’은 지난 2018년에 발표한 시행령 개정사항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정책의 일관성"을 들어 내년 기준 강화를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올해 연말 기준으로 종목 당 3억원 이상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는 내년 4월 이후 해당 종목을 팔아 수익을 낼 경우 22~33%의 양도세(지방세 포함)를 내야 한다.

시장에서는 홍 부총리의 논리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반응이다. 종목당 3억원을 보유한 사람 수가 아닌 보유금액을 기준으로 영향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작년 말(주주명부 폐쇄일) 기준으로 특정 종목의 주식을 3억원 이상 10억원 미만으로 보유 중인 주주 수는 8만861명이었지만, 이들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는 41조5833억에 달했다. 이는 개인이 보유한 주식의 약 10%에 달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연말에 대거 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대주주 요건을 회피하기 위한 매도 물량이 10조원 이상 쏟아져 시장이 흔들릴 위험까지 제기한다.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가족합산에서 개인합산으로 수정했지만 3억원이라는 기준은 고수하고 있다.

정부가 부유한 사람과 가난한 사람으로 편을 갈라 해명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홍 부총리는 작년 12·16 대책을 통해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에서 시가 15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하면서 "15억원 초과 주택은 상위 10%만 해당하기 때문에 대다수가 규제 대상이 아니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책을 펼치면서 정책의 합리성이나 필요성에 대해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극소수에게만 해당하니 괜찮다"는 식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임차인의 임대료 감액청구 등을 포함한 ‘상가 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역시 ‘편가르기 정책’의 일환이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재난 상황에서 임차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 같은 ‘편가르기’식 해명이 경제 정책의 정당성과 신뢰도를 훼손하는 결과를 가지고 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경제 논리에 따라 국민을 설득해야 하는 정책 입안 과정을 ‘머릿수 싸움’인 정치 논리로 대체하려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정책이나 규제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국민을 설득하려는 노력 없이 "극소수만 과세 대상이니 괜찮다"는 식의 태도만 보이는 것은 되레 반감을 불러일으키기 쉽다는 지적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정책을 추진할 때는 정책의 효과와 그로 인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 등을 설명하면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정책을 추진하면서 그것이 ‘일부의 부담일 뿐’이라고 합리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정책의 옳고 그름을 ‘머릿수’로 따져서는 안된다"고 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적 논리에 따른다면 머릿수가 중요하겠지만 자본시장의 논리는 ‘가격과 양’에 대한 것이다. 대주주 양도세의 경우 대상자는 전체 1.5%에 그쳐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수 있다. 정치적 잣대로 시장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국내 정치 논리가 우선하다보면 결국 전세계 시장에서 한국의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지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주식 투자자 중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은 사실 별로 없으니, 주식 관련 세금을 걷고자 ‘많이 가진 사람들’을 노려 이 같은 정책을 도입하는 것"이라면서 "연말에 대주주 요건 기준이 3억원으로 내려가 매물이 쏟아지면 주식 가격이 주저앉고, 대주주가 아닌 개인 투자자들도 손해를 볼텐데 정부가 이런 점은 고려하지 않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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